풋내기 팅클의 장밋빛 루피 랜드
닌텐도
RPG
Nintendo DS
2006/09/21
4,800엔
공식 홈페이지 링크
게임 개요
뛰어난 디자인이 어디까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보기드문 작품.
주인공은 독신 35세 팅클. 별 볼일 없는 하루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그의 집 뒤 연못에서 산신령이 나타나 꿈의 낙원 루피 랜드의 이야기를 해주는데.. 수수께끼 할배의 힘을 빌린 주인공은 '루피가 없으면 목숨도 없어지는' 숙명을 지닌 팅클이 되어 루피를 찾아 길고도 험하며 기묘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팅클은 장밋빛 루피 랜드 내 인생은 회색빛 막장 랜드 (글 더 보기)
풋내기 팅클의 장밋빛 루피 랜드(이하 루피 랜드)라는 괜히 긴 제목을 가진 본 게임은 그야말로 대인배스러운 설정이 반짝이는 게임으로, '세상은 돈이 전부다' 라는 명제 아래에 구축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돈이 있으면 뭐든지 OK 이지만 그 반면 돈이 없으면 길가던 사람과도 대화조차도 할 수 없는 RPG. 이처럼 목숨과도 같은 돈이 0 이 되면 정말 명줄이 0 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서 사망하시게 되므로, 그야말로 돈은 곧 목숨이라는 격언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회사같았으면 '황금 만능 롤플레잉' 'MIE(머니 이스 에브리씽) 시스템' 어쩌고 저쩌고 기깔나는 이름을 붙인다고 정신이 없었을텐데 우리의 닌텐도는 '장르 : RPG'라고 끝내버린 것이 참 대인배스럽다는 생각이 새삼듭니다.
그렇지만 게임성의 경우 세계관처럼 독특하지만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거꾸로 수집계열 RPG의 아주 정석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군요. 몇 번 몇 번 지도 좌표로 가면 무슨 아이템이 있고, 이 이벤트에서 최대로 얻을 수 있는 금액은 얼마이고, 여기를 통과하는 최저 금액은 얼마인지 등, 핵심적인 공략 데이터만 있다면 하루도 안되서 완벽 클리어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고전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던전이나 일반 필드의 수수께끼 등도 상당히 교과서 적입니다. 터치펜을 이용한 전투 시스템이나 매핑 시스템은 상당히 특필할만한 아이디어긴 하지만, 터치펜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정석적인 게임 시스템의 일부만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 시스템 전체에 힘을 실어주기에는 약간 부족하죠. 종합적으로 볼 때, 게임 시스템은 안정적인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고전적인 작법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다소 깊이가 얕은 면이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만으로 매력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한 게임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에 최종 추진력을 부어주는 것은 게임 디자인입니다. 루피 랜드에서 게임 디자인은 게임의 모든 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센스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숨은 그림 찾기에 지나지 않는 단순한 맵핑 시스템에 강력한 존재감을 부여하는 것은 뛰어난 맵 디자인이고, 그저 어디다 가져다 쓰고나면 땡인 아이템 하나에서도 세계관을 읽을 수 있는 것은 텍스트 라이터의 빛나는 센스 덕분입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이 디자인을 보기위해 게임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가 됩니다. 충분히 그만큼 가치도 있고요. 특히 시나리오나 그래픽, 사운드가 저마다 뛰어나기 보다는 이 요소들이 전부 합쳐졌을 때의 최종적인 시너지 효과가 대단히 좋다는 점을 짚고 싶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의 벨런스 또한 대단히 좋다고 말하고 싶은데요. 돈이 최고라는 뭔가 부조리한 세계관에서 무리하게 '사실은 사랑이 돈보다 중요하죠'같은 되도 않는 교훈을 쑤셔넣지 않고 새로운 부조리의 영역에 눈뜨고자 완벽한 칼 드리프트를 시도하는 감각이 눈부십니다. 그러니까 부조리함을 표현 할 때, 했던 이야기만 또 하면 식상하기 쉽고, 그렇다고 내용의 강도를 올려가다보면 부조리를 넘어 무의미한 엽기가 될 수도 있는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란 말이죠. 루피 랜드의 디자인은 게임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충분한 텐션을 유지하면서도 함정에 빠지지 않는 좋은 벨런스 감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처음 느낌을 마지막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간중간 임펙트를 주는 것 보다 훨씬 어렵지 않나 싶은만큼 이 또한 특필할 가치가 충분한 것 같네요.
그러한 이유로 게임을 마친 후에도 독특한 게임 디자인의 맛이 끝 언저리에 오래 남는 작품입니다. 뛰어난 디자인이 평범한 게임 시스템을 어디까지 강력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아주 드문사례로, 좀 일반적이지 않은 작품을 찾고 있다면 단연 플레이 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단지 부조리 디자인이라는 것이 문화적인 특징에 기반을 둔 것인 만큼, 일본어를 하지 못한다면 재미가 상당수 줄어든다는 것이 다소 아쉽겠습니다.
(C)2006 Nintendo
Posted by leik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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